신앙의 인생역전 – 부자와 라자로
신앙의 인생역전 – 부자와 라자로 (루가 16:19~31)
돈을 둘러싸고 사회와 인생의 희비가 출렁거립니다. 돈과 권력이 많으면 출렁이는 파도가 더 높아서 인생도 위태롭기 일쑤입니다. 복 받아 성공했다는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생명까지 앗아가는 일이 잦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비극의 원인을 간명하게 말합니다. 모든 돈과 재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은총입니다. 우리는 청지기로서 재산을 바르고 착하게 베풀며 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소유관계가 어긋나면, 우리 인생도 어긋난 비극이 되고 맙니다. 신앙인은 이 비극의 연쇄 현상이 넘실대는 세태를 멈추고 바로잡으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운명은 죽은 후에 완전히 뒤바뀝니다. 세심하고 흥미로운 대조가 눈에 띕니다. 유명했던 부자의 이름은 안 나오지만, 천한 거지에게는 ‘나자로’라는 이름을 남겨 후세가 기억하게 합니다. 부자는 죽어서 “땅에 묻힙니다.” 그러나 무덤덤하고 차가운 땅은 현세를 살면서 세상의 고통에 무관심하며 살던 인생의 결과입니다. 돈에 사로잡힌 인생은 땅에 묻혀 잊혀집니다. 반면, ‘라자로’는 새로운 신앙의 전통인 아브라함의 ‘품’에 안깁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떠났던 아브라함이었습니다. 외롭고 나그네 같은 생명을 보듬는 따스함과 위로가 신앙의 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약속과 희망을 얻습니다. 세상의 질서에만 묶여서 살면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여기가 지옥입니다. 고통 안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발걸음을 내딛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품에 듭니다. 그곳이 천국입니다.
재산과 권력에 관한 태도가 신앙과 인생의 건강을 결정합니다. 아모스 예언자는 가난한 사람을 등쳐서 얻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는 이들을 호되게 비판합니다. 이들의 행태는 결국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테니 정신 차리라고 경고합니다. 바울로 사도는 안타깝게 호소합니다.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사람은 유혹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리고 어리석고도 해로운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서 파멸합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악의 뿌리입니다”(디모 6:9~10).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목격하는 현상입니다. 재산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다 보면 악한 곳으로 미끄러지고 맙니다. 예언자의 경고와 사도의 가르침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 부활을 믿을 리 없습니다. 이런 이들의 신앙은 허세입니다.
돈과 재산, 지위와 권력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도,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하느님께 속한 것을 인간이 자기 것이라고 고집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세상 땅’에 붙잡힌 사람들이 만든 질서 안에서 남을 빼앗고 억누르는 수단이 될 때, 그것은 눈과 귀를 가려 악한 유혹과 파멸의 길로 변합니다. 그러나 ‘하늘에 깃든 생명의 품’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손길이 될 때, 그것은 함께 누리는 복락과 은총이 되어 더욱 풍성해집니다. 그곳에 선한 재산과 정의로운 권력이 섭니다.
신앙은 생명 없는 돈과 권력에 생명을 보살피는 힘을 주겠다는 다짐입니다. 하느님의 재산을 하느님의 생명들에게 되돌려 사용하는 일이 신앙인의 사명입니다. 이 사명을 실천하는 신앙인의 이름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이렇게 땅의 질서를 벗어나, 세상을 하느님의 품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이것이 신앙의 인생역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