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순절기 동안 마음 양식으로 레너드 코헨의 최근 앨범 Old Ideas 와 알렉산더 슈메만 신부님의 책 Great Lent 를 선택했다.
재작년 말 처음으로 대면했던 코헨의 콘서트는 경이로웠다. 중학생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만난 그를 동경했던 추억이 고맙기만 했다. 내 나이 사십을 넘어 직접 목격하는 그의 움직임과 목소리는 아름답게 늙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가 농한 대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핀잔을 받을지라도, 그처럼 누군가에게 절망을 삭이며 한밤을 지새는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그처럼 늙고 싶다.
77세에 낸 새로운 앨범은 도통한 사람의 발걸음이 어때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가볍고 자유로운지를 잘 보여준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밑바닥을 모르고, 그의 응시는 지평선을 초월한다. 자유로운 산문의 읊조림에서 각운 규칙을 철저히 따른 시에 이르기까지, 치밀하도록 모호한 가사의 울림은 세속과 종교의 가파른 경계를 흩으며, 오히려 그 사이와 경계의 공간을 확장한다.
아직 소리나는 종을 울려야 하리
너를 완전히 하여 봉헌할 생각일랑, 잊어야 하리
깨지고 금 간 틈이 있지, 모든 것에는 그런 깨진 틈이 있어
바로 거기로 빛이 들어오리니
바로 거기로.
– <Anthem> 부분 –
슈메만을 읽으며 몇 마디 번역과 잡감을 실으리라 다짐하듯이, 번역되지 않는 코헨의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소일도 사순절 여정에 제격이지 싶다. 아래 노래는 코헨 자신의 기도이고, 부활을 향한 예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Show Me the Place – Leonard Cohen
그곳을 보여 주세요 – 레너드 코헨
그곳을 보여 주세요. 당신의 노예가 가야 할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잊어버려서 이제는 알지 못하는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제 머리를 숙여 낮춰야 할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당신의 노예가 가야 할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그 돌을 굴려버리게 도와주세요.
그곳을 보여 주세요. 저 혼자선 이걸 움직일 수 없어요.
그곳을 보여 주세요. 말씀이 인간이 된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고난이 시작된 곳.
어려움이 닥치면, 제가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했어요.
한 줄기 빛, 작은 조각, 파도.
그러나 사슬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둘러 행동해야 했어요.
사슬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노예처럼.
그곳을 보여 주세요. 당신의 노예가 가야 할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이제는 잊어 버려서 이제 알지 못하는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제 머리를 숙여 낮춰야 할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당신의 노예가 가야 할 곳.
어려움이 닥치면, 제가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했어요.
한줄기 빛, 작은 조각, 파도.
그러나 사슬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둘러 행동해야 했어요.
사슬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노예처럼.
그곳을 보여 주세요. 그 돌을 굴려버리게 도와 주세요.
그곳을 보여 주세요. 저 혼자선 이걸 움직일 수 없어요.
그곳을 보여 주세요. 말씀이 인간이 된 곳.
그곳을 보여 주세요. 고난이 시작된 곳.
(번역: 주낙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