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일상' Category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Wednesday, May 27th, 2009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마음 깊이 애도합니다.

지금 우리는 안타까움과 미안함과 분함으로 그분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모든 제도가 사람의 사람다움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분의 신념과 노고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고인께서 겪고 있었을 외로움과 아픔을 멀찍이 떨어져 방관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순수하지 않은 마음으로 한 인간을 몰아가 결국 죽음의 언덕에서 밀어 떨어뜨린 어둡고 거대한 세력들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언제나 죽음은 남겨질 사람들에게 새로운 몫을 선사합니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시작이고, 보다 성숙한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출발이라고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한다는 것은 순간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그가 지녔던 바른 신념과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이어받아 사는 것입니다.

참 세상을 향한 그분의 소망이, 남겨진 우리들의 삶에 깊은 흔적으로 남아 이어져가기를 빌며,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평화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09년 5월 27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Friday, May 22nd, 2009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그의 죽음 앞에
모두 부끄러워 하라,
우리의 편만한 위선을.
.
.
.
그저 자연의 한 숨결이 되소서. 합장.

은하수에 묻는 얼굴들

Friday, May 22nd, 2009

언제든 조용히 나와 앉아, 펼쳐지는 도시와 숲과 물과 산을, 그리고 하늘과 태양과 달과 별을 볼 수 있었던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라서 마음이 좀 그렇다. 궁색한 삶이었지만 이런 풍경 탓에 기쁘게 지난 몇년을 살았다. 그럼 됐지 뭐, 하다가 새로 좁혀 들어갈 집을 돌아보고 오니 한숨만 나온다.

아이들에게서 옮아온 감기에 며칠간 몸과 정신이 몽롱한 처지에, RSS 구독기에 떠오른 어떤 글과 화면. 밤하늘에 은하수가 떠오르는 장면을 담아 보여 주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순간, 그림은 떠오르지 않고, 김환기의 말과 그 제목이 떠올랐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던가?

나는 외롭지 않다. 나는 별들과 함께 있기에…

별들을 빌어 외롭지 않노라고 말하는 것처럼 외로운 표현은 없겠다, 싶었다. 밤에 홀로 나앉아 검은 하늘과 별을 친구 삼아 본 이들은 안다… 그런데 이도 잠시, 별 볼 일 없는 구석 집으로 가면 어찌 될까 싶은 생각이 마음을 흩뜨린다.

화면을 보며, 다시 김환기의 그림 제목을 생각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같은 사람도 그럭저럭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인연이 스친 듯하든, 애처롭고 안타깝게 깊은 것들이든, 많은 얼굴들이 회전하는 별들처럼 움직이며 멀어져 갔고, 떠오르는 은하수의 아득함에 그 얼굴들을 묻기도 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희미한 얼굴에서 선연한 얼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만나고 헤어진다. 그래,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아마도 다시 못 만나기 십상이리라. 새로운 만남들이 그 기억을 상쇄할테니, 그리 상심하지 않아도 되리라, 하고 스스로 위로한다. 그 은하수에 묻은 얼굴들에 말없이 깊은 축복의 인사를 건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