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S. 토마스 – 빈 성당

Wednesday, September 28th, 2011

빈 성당

R. S. 토마스

그들은 이 돌을 덫처럼 내려 놓았지
그를 위해, 촛불로 그를 유혹하려고
마치 어떤 큰 나방처럼 그가 어둠에서 나와
그 불꽃을 물리라 생각하며
아, 그는 자신을 불태웠으니
인간의 불꽃 앞에서 안에서
도망쳤으니, 찢겨진 이유를 남기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우리가 던진 미끼로는. 그러면, 왜 나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내 기도를 내려치고 있는가? 돌
심장 위에. 그 기도 가운데 하나가
불을 당겨주리라는 희망을 아직 지니고 있기 때문인가? 그래서
그 밝게 비추인 벽에
내가 헤아릴 수 없는 더 큰 어떤 분의
그늘을 던지려는 것인가?


R.S. Thomas (1913-2000), “Empty Church”
번역: 주낙현 신부

다시, R. S. 토마스 – Via Negativa

Wednesday, May 11t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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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 길 Via Negativa

R. S. 토마스

왜 부정인가! 한번도 달리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
하느님은 커다란 부재일 뿐
우리 삶 속에서, 그 텅빈 침묵
안에 깃든, 우리가 가는 곳
다다르거나 찾으리라는
희망 없이 추구하는.
우리의 지식 안에, 별들 사이의 어둠에
그분은 깨진 틈을 남겨두리니.
그는 메아리일 것이니
그가 남겨 놓은 흔적만을 따르리니,
우리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그 따뜻함을 찾으려 하느니. 사람을 둘러보며
장소를 찾느니. 그도 마치 그것들을 바라본 것처럼.
그러나 생각을 잃을 뿐.


R.S. Thomas (1913-2000), “Via Negativa”
번역: 주낙현 신부

譯註: R.S. 토마스, 웨일즈 성공회 사제, 시인. “부정의 길”(via negativa)은 그리스도교 신앙 전통에서 하느님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하느님은 ~ 이 아니다”는 식으로 기술하는 방법이다. 하느님은 어떤 인간의 긍정적 기술(via positiva: ~이다)로 잡히지 않는 신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신학을 “부정의 신학”(Negative theology / Apophatic theology)이라 한다.

상처가 이빨을 드러낼 때, R.S. 토마스를 읽다

Friday, May 6th, 2011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 R. S. 토마스(1913-2000)를 찾는다.

세를 부리는 힘들이 사람을 곤고하게 하여, 때로 그에 대한 분노에 자신을 놓아 버리려 할 때. 모두 상처입은 짐승들인 처지에, 그 이빨을 드러낼 때. 아울러 상처입은 사제직의 본연과 긴장을 놓치려 할 때. 질시가 오해를 일으켜 주위에 퍼지고, 모욕과 배신감에 다다를 때. 그리하여 미움과 두려움이 영혼을 먹어치우려 할 때. 그리하여 이때다, 하고 악마가 속삭일 때.

아니, 그저 이름 없는 “시골 성직자”인 벗들이 그리울 때.

굳게 닫힌 방을 뚫고 들어오시어 “그대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며 인사를 건네시는 부활하신 예수의 음성처럼, R.S. 토마스를 읽는다.


무릎을 꿇고

지극히 고요한 순간들
돌로 지은 교회의 나무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여름날, 하느님을 기다리니
계단 위의 바람이 말을 하고
햇빛은 정적 속에서
나를 감싸느니, 내가 마치
위대한 주역을 연기한 것처럼. 그리고 청중,
빽빽이 모여든 그 영혼들은 가만히
기다리나니, 나처럼,
그 말씀을.
제게 일러주소서, 하느님
그러나 아직은 마소서. 제가 말할 때,
그 말 속에서 비록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이나
저를 통하면, 잃어버리는 것이 있으니,
그 뜻을 기다립니다.

R. S. Thomas, “Kneeling”


부활

부활절. 겨울이 드리운 무덤의 옷은
아직 여기에 여전하나, 주님의 무덤은
비었네. 하늘의 사자는
무덤에서 우리에게 말하네
우리에게서 그 돌이 어떻게 굴러가 버렸는지
나무 하나가 그 꽃망울로
어둠에 빛을 밝히느니.
길을 걷는 나그네가 있네
헐벗은 나무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었네. 그리고 한 아이가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일러주니
작년의 사건, 기계는
기름이 없어 옆으로 멈춰 섰으나
그 위에 지금 꽃은 만발하고.

R. S. Thomas, “Resurrection” (미출간)


그 환한 밭

나는 보았네. 햇살이 뚫고 들어와
작은 밭을 비추는 모습을
한동안, 내 길을 가다가
잊고 말았지. 그러나 그것은 진주였네
값비싼, 그 밭은
그 안에 보물을 품었었네. 이제야 깨닫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줘서라도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인생은

멀어지는 미래를 향해 서둘지도 않고,
지어낸 과거를 그리워하지도 않는 것. 인생은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 기적에 몸을 돌렸듯
그대 청춘처럼 한때 지나가는 듯한
어떤 환한 빛에 몸을 돌리는 일
그 빛이 그대를 기다리는 영원이리니.

R. S. Thomas, “The Bright Field”

(번역: 주낙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