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II) – T. S. 엘리엇

Tuesday, March 1st, 2011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I / II / III / IV / V / VI

II

여인이여, 세 마리 흰 표범이 로뎀나무 아래 앉았으니
저문 날의 서늘함 속에서, 물릴 만큼 먹은 뒤
내 다리와 내 심장과 내 간과 그것이 담겨 있는
텅 빈 내 해골 속에서.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이 뼈들이 살겠느냐? 이 뼈들이
살겠느냐? 그리고 그것이 담겨 있는
뼈들이 (이미 말라버린) 철그덕거리느니;
이 여인의 선하심 때문에
그리고 그 여인의 사랑 때문에, 그리고
깊은 생각 속에서 여인은 자신의 동정을 바라기에
우리는 밝게 빛난다. 그리고 여기서 해체된 나는
내 행동을 망각에 내어주고, 내 사랑을
광야의 후세에게 주어 큰 열매를 맺게 하느니.
바로 이것이 되살리는 것은
내 창자와 내 눈의 시선들, 그리고 소화할 수 없어
흰 표범이 토해낸 것들. 여인은 물러서서
흰옷을 입고 깊은 생각에 잠기니, 흰 옷을 입고
흰 뼈들이 망각을 속죄하게 하라
그 안에는 생명이 없나니. 내가 잊히듯이
그리고 잊히리니, 그리하여 나는 잊고
뜻에 헌신하고 집중하느니.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예언이 바람에 내리니, 바람에 내리리니, 오직
바람만이 들을 것이기에. 그리하여 뼈들이 철그덕거리며 노래하였으니
메뚜기의 무게마저 짐이 되는 허약함으로 말했으니,

침묵의 여인,
고요와 고뇌로
찢긴 그 전체
기억의 장미
망각의 장미
지쳐버린, 그러나 생명을 주는
염려하도록 평온한
단 하나의 장미는
이제 동산이니
거기서 모든 사랑이 끝나고
채워지지 못한 사랑의 고뇌
채워진 사랑의 더 큰
고뇌가 끝나느니
끝이 없는 것들의 끝
목적지 없는 여행
다다를 수 없는
모든 결말
말 없는 말씀과
말씀 없는 말
어머니께 감사드리니
그 동산에서
모든 사랑이 끝나기 때문

로뎀 나무 아래서 그 뼈들이 노래했으니, 흩어지고 빛나는
우리는 흩어져서 기쁘다, 우리가 서로에게 선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저문 날의 서늘함 속에서, 모래의 축복과 함께,
자신과 서로를 잊어버리고, 하나가 되느니
들판의 고요 속에서. 여기가 그 땅이니 당신께서
제비뽑아 나누실 곳. 분열도 일치도 중요하지 않으리
이곳이 그 땅. 우리의 유산.

(번역: 주낙현 신부)

재의 수요일 (III) – T. S. 엘리엇

Tuesday, March 1st, 2011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I / II / III / IV / V / VI

III

두번째 계단의 첫 굽이에서
나는 돌아서 아래를 보나니
같은 모습이 난간 위로 꼬여
고약한 냄새를 피우며 오르는 공기 속에서
희망과 절망의 거짓된 얼굴을 한
계단의 악마와 싸우고 있었느니.

두번째 계단의 둘째 굽이에서
나는 그들을 떠나 몸을 돌려 아래를 보나니
더는 얼굴이 없고 그 계단은 어두웠느니,
축축하고, 비틀거리며, 어느 늙은이의 허튼소리 같이, 가망 없는
혹은 늙은 상어의 이빨난 목구멍처럼.

세번째 계단의 첫째 굽이에서
무화과처럼 길고 볼록하게 홈파인 창이 있었으니
산사나무 꽃몽울과 초원의 광경 너머로
등 넓은 이가 청록색의 옷을 입고
오래 묵은 피리를 불며 오월의 계절을 매혹하였느니.
날리는 머리칼은 달콤하니, 그 입김 너머 갈색 머리칼
라일락과 갈색 머리;
흐트러진 마음, 피리의 가락, 세번째 계단 위로 마음은 멈추다 오르다를 거듭하고
시들고 시들 뿐; 희망과 절망 너머 힘을 내어
세번째 계단을 오르나니.

주님, 저는 부질없는 몸이니
주님, 저는 부질없는 몸이니

한 말씀만 하소서.

(번역: 주낙현 신부)

재의 수요일 (IV) – T. S. 엘리엇

Tuesday, March 1st, 2011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I / II / III / IV / V / VI

IV

보랏빛 제비꽃 사이를 걸었던 이
사이를 걸었던 이
다채로운 푸르름의 여러 결이
희고 파아란 색깔 사이로 들어오고, 마리아의 색깔로,
하찮은 것들에 대해서 말할 뿐
영원한 비탄에 대한 무지와 지식
그들이 걸을 때마다 그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이
그리하여 원천을 강하게 하고 활력을 새롭게 하는 이

마른 돌을 차갑게 하고 모래를 굳게 하는
고깔 꽃 파아란 빛깔, 마리아의 파아란 색깔 안에서,
그대는 기억해야 하리니

사이를 걷는 세월이 여기 있으니,
현과 피리를 버리고,
잠들고 깨는 사이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는 이를 되살리느니

희고 가볍게 포개진 옷을 입고, 그 여인에게 꼭 맞게, 접힌.
새로운 세월을 걷느니,
눈물의 빛나는 구름을 통하여 되살아나며
오래된 가락의 새로운 가사로 되살아나며. 구원하라
시간을. 구원하라
더 높은 꿈속에서 본, 아직 읽지 않은 환영을
금빛을 두른 영구차를 치장한 유니콘들이 끌던 꿈속에서.

침묵하는 누이는 희고 파란 베일을 쓰고
주목(朱木) 나무 사이에서 동산의 하느님 뒤로,
하느님의 피리가 쉬지 않을 때, 자신의 머리를 숙여 예를 표했으나,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느니

그러나 샘은 솟아올랐고 새는 앉아 노래했으니
그 시간을 구원하라, 그 꿈을 구원하라
들려지지 않은, 말해지지 않은 말씀의 표시를

주목 나무에서 오는 바람이 천의 휘파람을 흔들어 없애버릴 때까지

그리고 우리의 이 유배 다음에.

(번역: 주낙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