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뉴스' Category

캔터베리 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2005

Thursday, December 15th, 2005

아마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의 마음을 온통 빼앗았던 두 개의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지난 성탄절 직후에 찾아온 쓰나미의 재앙과 지난 가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의 재해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세상에 이러한 비극을 허용하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탄절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한가지 사실을 되새겨 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통에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술 지팡이를 흔드시지 않습니다. 간단히 하늘에서 내려와 이런 것들을 말끔히 치우시지도 않습니다. 하느님은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그를 통해서 하느님 사랑의 완전을 통해서만 이런 일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분이 아버지라고 부르던 분, 자신의 신적인 삶의 신적인 근원이신 그분의 뜻에 자신을 바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느 한 순간도, 당신 삶의 원천이 되는 이 궁극적이고 총체적인 사랑의 분출을 가로막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모든 희생을 감수하시며, 매 순간 이 변화의 목적에 당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변화되고, 죽음을 이겨내고, 이 세상은 그 심연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가 변하게 됩니다. 새로운 일들이 우리를 통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통한 응답과 참여라는 새로운 차원이 그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고통의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답은 이론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이야기, 바로 예수님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대답이 신뢰할 만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 속에서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고통에 대하여 우리의 실천을 통해서 응답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입에 발린 말로 회복되거나 깊어지지 않습니다. 행동을 통한 증언으로써만 회복되고 강화됩니다. 올 한 해가 제가 가져다 주었던 감동은 수많은 사람들이 쓰나미의 피해자들의 절망 어린 현실과, 뉴올리언즈의 고통 받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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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죽음 – 엘스 컬버와 로제 수사

Wednesday, August 17th, 2005

이틀에 걸쳐 두 죽음의 소식을 연이어 듣게 되었다. 내 이웃에 사는 신학생의 남편 엘스 컬버(Ells Culver, 78세)와 방금 기사로 들은 떼제 공동체 로제 수사(Brother Roger, 90세)의 죽음이다. 이 고령의 두 죽음이 내내 마음에 깊이 남는 것은 그들이 전 생을 평화만들기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3주전 발바닥에서 발견된 피부암인 흑색종(멜라노마) 제거 수술을 받고, 림프절에 전이된 종양 제거 수술 날짜를 받아 놓고 있던 엘스 컬버(Ells Culver)는 우리 광복절날인 8월 15일 밤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옆집에 사는 동료 신학생의 남편인 까닭에 2년 전 그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미국 내 민간 구호 조직인 Mercy Corps 재단의 공동창립자요, 수석부총재였다. 무엇보다 그는 아시아와 북한 식량 지원의 실무 책임자이기도 했다. 중국 성결교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중국에서 자라난 엘스 컬버는 이후 한국의 선명회(현 월드비전)과 연계하여 전후 한국 식량 원조를 도왔고, 그의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가 1990년 대 이후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진 곳은 북한이었다. 해마다 3-4차례씩 북한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그의 발바닥은 세상의 가난을 둘러보며, 식량꾸러미를 나르는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3명의 자녀와 4명의 의붓자녀, 그리고 9명의 손자녀를 거느린 대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환갑이 넘어 성소에 응답하여 신학생이 된 아내의 남편으로서, 그는 그 희끗한 머리카락과 하얀 수염만큼이나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는 찬찬히 자신의 성장사와 신앙 이야기, 성공회 신자가 되게 된 연유, 그리고 북한 원조의 뒷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내가 공부하는 GTU 한인학생회는 지난 4월 이 분을 모셔서 북한 정치와 기아 문제에 대한 경험을 들었다. 어떤 정치적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굶주림이 외면되어서는 안된다는 인도주의적 의지와, 완전히 폐허가 된 전후 북한의 복구 과정과 정치 체제의 성립 과정에서 형성된 그 사회 만의 특별한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생각은, 여러모로 우리를 숙연하게 했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있던 북한이 식량 원조와 관련하여 대표자를 미국에 파견했을 때, “무슨 일로 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고 응답했다는 예화를 들려주면서, 변화는 신뢰와 우정 안에서 생겨난다는 자명하지만 잊고 있던 깨달음을 되새겨겨 주기도 했다.

8월 15일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 정부 대표들이 국립 현충원에 참배하고, 우리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평화의 기운 속에서 엘스 컬버는 잠들었다. 그도 이를 알았으리라.

로제 수사(Brother Roger)의 죽음은 5분 전에 엿본 세계성공회 웹사이트의 소식을 통해서 다가왔다. 평생을 평화만들기에 헌신한 그의 생이 무참한 폭력에 의해서 무너지는 이 아이러니가 주는 충격을 쉽겨 삭여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떼제 공동체의 기도 모임 중에 36살의 루마니아 여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15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세계는 이 평화의 사도를 잃은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잃을 것이다.

떼제 공동체가 현대 교회에 던져 주는 의미를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미국으로 건너오기전 성가수녀원에서 수녀님들과 함께 시작한 떼제 기도 모임의 경험 속에서 그는 내 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닮아가야 할 성인 가운데 한 분이었다. 미국에 건너온 이후로도 매주 첫주에 어느 수도원에서 열리는 떼제 기도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가족과 한 시간을 넘게 달려가는 것은 내게 설렘의 시간이요, 기도 안에서는 평화와 깊은 영성 체험의 시간이었다.

그들이 이제 하느님께로 돌아갔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이니, 그들의 정신과 족적이 우리 안에 새겨져 다시 부활하기를 희망한다. 하느님 품 안에서 편히 쉬소서, 엘스, 로제…

첫 램지 학술상 – N.T. 라이트 주교

Sunday, July 24th, 2005

지난 세기 뛰어난 신학자이자 캔터베리 100대 대주교를 지냈던 마이클 램지 주교를 기리고 세계성공회의 신학 발전을 위해 제정된 램지 학술상 첫 번째 수상 저작이 발표되었다. 세계적인 신약성서학자이자 현재 영국성공회 더럼 교구장을 맡고 있는 톰 라이트(N.T. Wright) 주교의 [하느님 아들의 부활 – 그리스도교의 기원과 하느님에 대한 물음](SPCK)이 그것. 램지 학술상을 위한 6명의 심사위원들은 이 책을 “근래에 가장 중요한 신학 저작”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에서 톰 라이트 주교는 그리스와 로마가 죽은 자들의 부활의 가능성을 반대했던 연유를 추적하며, 이에 대한 유대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 어떻게 다른 지를 조사했다. 그런 다음 그리스도교의 부활 이야기가 지닌 정치적 신학적인 영향과 더불어 예수의 죽음 후에 일어났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그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들에 대해서 고찰했다. 이후 라이트 주교는 역사가로서 부활일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파고들고, 그날 예수님의 빈무덤만이 발견된게 아니라, 그의 몸이 변화되었으며, 죽음을 넘어 새로운 육체의 창조 세계로 들게 되었으리라고 결론을 맺었다.

수상 결정에 대해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심사위원들의 선정 과정이 매우 어려웠으리라고 말하고, “선정 대상에 오른 모든 책들은 훌륭하지만, 톰 라이트 주교의 저작은 매우 광범위한 학문적 결과를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주요한 신앙의 내용을 매우 권위 있게 다루고 있다”고 평했다. 대주교는 또 “새로운 상이 매우 길한 출발을 맞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톰 라이트 주교는 수상 선정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다른 책들 가운데 하나가 선정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선정 대상에 오른 책들은 아주 훌륭한 것들이었다. 램지 대주교님을 이어 이곳 더럼에서 주교직을 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우며, 그분과 같이 부활에 관해서 책을 쓰게 된 것도 기쁘다. 게다가 그분의 이름을 딴 이 큰 상을 받게 되어 대단히 영광이다.”

램지 학술상은 지난 세기 캔터베리 100대 대주교를 지냈으며, 뛰어난 신학자이자 성공회 신학의 기둥이었던 마이클 램지 대주교를 기리며, 성공회 신학의 발전을 위해서 지난 해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제정한 학술상이다.

톰 라이트 주교는 번역된 책으로 한국에도 낯설지 않은 성서신학자이다. 번역된 대표적인 저서로는 [예수와 하느님의 승리](크리스찬다이제스트,2004), [신약성서와 하느님의 백성](크리스찬다이제스트,2003), 그리고 같은 문하에서 공부했으며 다른 입장에 있던 미국성공회 평신도 성서신학자인 마커스 보그와 함께 쓴 [예수의 의미](한국기독교연구소,2001) 등이 있다.

http://www.michaelramseyprize.org.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