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뉴스' Category

성공회 사상 첫 여성 관구장 주교 선출

Tuesday, June 20th, 2006

주교 선출만이 뉴스거리는 아니겠으나, 사안에 따라서는 늦은 블로그 업데이트에 주교 선출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을 마다할 수 없다. 더 이상 “첫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기사 제목이 안되려면, 당분간 이런 수식어 기사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접해야 하겠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 화이팅!

미국성공회 전국 총회(관구의회)는 제 26대 미국성공회 수좌주교 – 미국성공회 전체를 책임지는 주교이며, 세계성공회에서 미국성공회를 대표한다 – 로 올해 52세의 캐서린 제퍼츠 쇼리(Katharine Jefferts Schori), 현직 네바다 교구장 주교를 선출했다. 6명의 다른 남성 주교 후보들과의 경선에서 줄곧 우위를 달린 끝에 5차 투표에서 주교원의 과반수를 얻어서 당선된 그는, 곧이어 성직자-평신도원에서 90%의 찬성으로 인준을 받았다. 그는 올 11월 현 프랭크 그리스월드 주교를 뒤이어 임기 9년간 미국성공회를 대표하는 주교로 활동하게 된다.

이 일이 세계성공회에서 뉴스거리가 되는 까닭은 무엇보다 그가 여성 주교라는 점, 그리고 아직 세계성공회 내에서 심각한 논쟁을 유발한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의 주교 인준에 찬성한 점, 또한 동성애자 커플의 결합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는 점들 때문이다. 남성-여성(gender) 그리고 인간의 성(sexuality) 문제는 세계성공회 내의 상충하는 견해 차와 더불어 다른 교회 전통과의 에큐메니칼 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공회에는 여성 주교가 있지만, 관구를 대표하는 주교직을 여성이 맡기는 이번이 성공회 사상 처음이다. 현재 세계성공회 내에서 여성 주교가 있는 관구는 미국, 캐나다 그리고 뉴질랜드 성공회이다. 물론 다른 여러 관구들도 여성 주교를 선출할 수 있다. 미국성공회는 1974년, 논란을 불러일으킨 11명의 여성 성직 서품이후, 1976년 관구의회를 통해서 여성 성직을 공식화했으며, 1989년 메사츄세츠 교구에서 흑인-여성-페미니스트 활동가-저널리스트라는 딱지 위에 이혼녀라는 온갖 사회적 차별의 수식어를 견뎌내야 했던 바바라 해리스가 보좌 주교로 성품되어 세계성공회에 여성 주교의 시대를 열어 놓았다. 이후 현재까지 캐나다에 2명, 뉴질랜드에 1명의 여성 주교를 포함하여 세계성공회 안에 총 15명의 여성 주교가 있다.

(more…)

캘리포니아 교구 주교 선출

Friday, May 5th, 2006

(5월 6일 오후 갱신: 오늘 토요일 3차 투표까지 가서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2명이 각축을 벌였고, 결국에 앨러바마 보좌주교인 49세의 마크 앤드러스 주교가 제 8대 캘리포니아 교구장으로 선출되었다.

아마도 지난 27년간의 교구 운영의 흐름을 이어갈 경험 많고 안정적인 주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 서튼은 유일한 유색 인종(아프리카계 미국인) 후보로, 평신도원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성직자원에서 세를 얻는데 실패했다. 아마 관상기도와 영적 지도 전문가인 점이 평신도에게 설득력을 가졌을 법한데, 그의 경력에 나타나는 빈번한 자리 이동이 안정적인 사목 지도력을 바라는 성직자들에게는 미덥지 않았던 모양이다. 교구 사상 첫 흑인 주교의 기대가 사라졌다.

다른 동성애자 후보들에 대한 지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곳 교구의 성향으로 보아 동성애 문제가 표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는 비치지 않는다. 이 문제보다는 이들은 자기들에게 필요하고 맞는 주교를 선택했다. 어쨌거나 올 여름에 열리는 미국성공회 관구의회는 큰 짐을 던 것 같다.

한편, 캘리포니아 교구 선거로 가려져 있던 이웃 교구 북-캘리포니아 교구도 오늘 새로운 주교를 선출했다. 이곳 CDSP 출신이자 교무국장이었던 베리 비스너 신부가 차기 주교로 선출되었다.)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별로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는 한 교구의 주교 선거가 세계성공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성공회뿐만 아니라 세계성공회가 약 80여 개 교회를 가진 이 작은 교구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또 다른 동성애자 주교의 선출 가능성 때문이다. (성공회는 국교인 영국성공회를 제외하고는 교구의회를 통해 주교를 선출한다. 정교회도 대체로 주교를 선출한다. 로마 가톨릭은 바티칸에서 세계 곳곳의 주교를 임명한다.)

사실 이와 관련된 관심은 지난 2003년 미국성공회 뉴햄프셔 교구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인 것을 밝힌 진 로빈슨 신부를 주교로 선출하고, 그 해 여름 미국성공회 관구의회에서 이를 인준한 이후 더욱 불거졌다. 이른바 “남반부 성공회 신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세계 성공회 최대의 교회인 나이지리아 교회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를 중심으로 하여 미국성공회 동성애자 결합의 축복을 예식화한 캐나다 성공회를 비난하며, ‘너희들이 안 나가면, 우리들이 나가서라도 교회의 신앙을 지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기에 세계성공회의 분열이 초읽기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저간의 복잡한 사정을 어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다들 한마디 거들만한 중요한 사안이고, 한국에서는 감정마저 격해져 이 사안에 대해 성직자들이 갖는 입장을 조사해서 ‘성직자 옷을 벗겨야’ 한다는 소수의 극렬한 반응까지 나오는 참이니, 아예 말 건네기가 무섭게 되어 버렸다. 이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미 다른 통로를 통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놓은 터이므로, 그전에 나누지 않았던 한 가지 이야기만을 언급하고 싶다.

그것은 이곳 캘리포니아 교구의 주교 선출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교 선출 과정 문제는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일이고, 이를 둘러싼 무성한 뒷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도대체 다른 나라 형제 교회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울 만한 것은 배워보자는 것이다.

(more…)

동성애와 성공회의 일치

Friday, March 31st, 2006

한국 성공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몇몇 세계성공회 소식을 접하고서 쓴 마음이 들어 긴 댓글을 달았다 (댓글이라야 소개된 기사에 대한 정정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그 댓글의 일부를 여기 밑에도 옮겨 놓는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관구 홈페이지를 제작해서 운영하던 바였고, 한동안 한국성공회 신문에 세계성공회 관련 기사를 제공했었기에, 다른 분들이 올리는 소식에 귀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예감했던 대로 작금 세계성공회의 기사는 모두 동성애 관련된 세계성공회의 일치 문제이다.

벌써 지난 이야기지만,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 이야기이므로 배경을 되살려 보자면 이렇다. 2003년 미국성공회 관구 의회는 동부의 작은 교구인 뉴햄프셔에서 주교로 선출된 진 로빈슨 신부의 주교 인준을 통과시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까닭은 그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공개한 주교 후보자였고,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었던 탓이었다. 공교롭게 그 자리에 방문객으로 참석한 차였고, 그 여파가 커서 연일 진행 과정을 취재하듯이 했고, 그 내용을 개인적인 성찰을 곁들어 서울 교구장 주교님께 긴 편지를 드리기도 했다.

물론 한국의 일반 언론이나 교계 언론에서도 이를 빠지지 않고 다루었다. 당시 기사로만 보면 특별히 문제 삼을 것 없는 것이었지만, 그 여파는 한국성공회 관구 홈페이지를 온갖 저주와 욕설과 정죄로 물들게 했다. 정통적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는 근본주의자들의 욕지거리였다. 몇몇 중요하고 심도 있는 댓글들이 이어지긴 했지만, 성공회는 자체로 동성애 종교, 혹은 게이 종교로 낙인 찍히는 중이었다. 그 참에 이곳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교수 신부님의 글을 번역해서 한국의 신부님들께 돌리기도 했고, 또 다른 신부님의 글과 자료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급박한 우리네 관심사가 아니었거나, 신부님들이 속으로만 깊이 삭이시느라 그랬는지 특별한 반응을 접한 적이 없었다.

한국 성공회 신문의 세계성공회 기사를 내내 쓰고 있던 차여서, 이와 관련한 소식을 몇 차례 올렸다. 그리고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람베스 특별 위원회를 조직해서 동성애와 관련된 논란 속에서 “세계성공회의 공동체의 일치”를 어떻게 지켜내며 강화할 것인지를 연구하게 했다. 그 결과 이른바 [윈저 보고서]가 나왔다. [윈저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끝으로 세계성공회 기사 송고를 그만 두었다. [윈저 보고서]와 캔터베리 대주교의 말씀대로, 이것을 어떤 대화와 숙고의 시작으로 보아야 하겠기에 다른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자칫 빈 논란을 증폭시킬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만 지금은 닫아버린 질문과 답변란에서 몇차례 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후 이와 관련된 캔터베리 대주교님의 대림절 사목 서신을 성공회 신문에 소개했다. 다행히 [윈저 보고서]는 우리 말로 번역되어 이미 우리 신부님들이 모두 읽으셨으리라 생각한다.

그 전후에 많은 일들이 계속 진행되었다. 세계성공회 관구장 회의를 비롯하여, 미국성공회 내의 분열 조짐과 몇몇 교회들의 성공회 탈퇴, 나이지리아 아키놀라 대주교의 미국성공회를 향한 맹렬한 비난, 성공회 내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의 결성, 영국 의회의 동성애자의 시민적 결합 인정에 따른 영국 성공회의 미온적 반응,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이지리아 대주교의 영국 성공회 비판과 캔터베리 대주교와의 관련을 나이지라 성공회 교회 헌장에서 삭제한 일 등… 그리고 가까이는 이러한 격렬한 논쟁 가운데 내가 머물고 있는 캘리포니아 교구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주교 선출 위원회는 7명의 주교 후보자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3명이 동성애자여서 또 다른 동성애자 주교의 선출 가능성을 맞고 있다.

쉽지 않은 논란이요, 신학적, 신앙적 문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곳 신학교의 성직 후보자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동성애자이거나 동성애 관계에 살고 있고, 우리 가족도 신학교 아파트에서 이들과 이웃하며 살고 있다. 신학적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신앙적 고민과, 또한 사목자로서의 비전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여전히 그러고 있다.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이들과 대화를 중지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삶과 더불어 식별하고자 한다. 그들의 깊은 신앙과 성실한 삶, 하느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교회 공동체에 대한 소명과 헌신을 옆에서 목격하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정황과 대화의 진행, 그리고 삶의 경험들을 고려하는 가운데 이 문제들이 언급되었으면 좋겠다. 몇몇 선정적인 어투가 우리의 관심을 낚을 수도 있겠고, 해석 상의 아전인수가 우리를 명백해 보이는 결론으로 인도할 것 처럼 보이지만, 말 그대로 낚이거나 “의도된 오해”에 놀아나는 일이기 쉽다.

아래의 글은 한국 성공회 게시판에 이미 붙여놓았으나, 이전에 실었던 소식들과의 연관 속에서 이 사태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런 상황 설명과 다시 싣는다. 최근 영국성공회 더럼 교구 톰 라이트 주교님의 신문 기고글과 역시 영국 엑스터 교구의 마이클 랭그리쉬 주교님이 미국성공회 주교회의에서 행한 연설에 대해서 한국 성공회 관구 홈페이지에 소개 기사가 나와서 몇 가지를 바로 잡으려고 붙인 댓글이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