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토마스 – “시골 성직자”

Monday, August 23rd, 2010

최근 여러 차례 바다 건너로 여러 동료 성직자 벗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어려운 처지와 여러 고민을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마당에 조용히 기도할 때마다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는 했다. 잠시 쉬는 참에 찾아 읽는, R.S. 토마스(성공회 사제, 시인)의 시 한 편은 그들에 대한 생각을 사무치게 한다. 시인의 얼굴처럼 그들과 나도 변하고 늙어가겠지. 울컥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허튼 번역을 올린다. 마지막까지 하느님께서 그들을 기억하시리니, 그들은 복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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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성직자

R. S. 토마스

보나니, 그들은 낡은 사제관에서 일하고 있네
햇살을 옆에 두고, 촛불을 곁에 두고
고귀한 이들, 그들의 검은 옷은
약간의 먼지에 덮이고, 색바랜 푸른 빛마저 감돌고
곰팡이마저 거룩하게 피어 있네. 그러나 그들의 두개골은
그 많은 기도로 원숙하나
무덤에 묻혔으니
무지렁이 시골뜨기들과 나누는 무덤. 그들은 아무 책도 남기지 않았네
그들의 외로운 생각이 담긴 비망록도
그 낡은 회색 성당에. 다만, 그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린아이들의 머리 위에
고결한 말들을 적었으니
너무 빨리 잊히리. 하느님께서 그의 때에
혹은 시간이 끝나는 날, 이를 고치시리라.


R. S. Thomas (1913-2000), “The Country Clergy” (1958)
번역: 주낙현 신부

오든 – “장례식 블루스” (Funeral Blues)

Tuesday, June 29th, 2010

사소한 글을 하나 적고 몇 가지를 살피는 참에, 어느 연예인의 부고와 영상 하나가 겹쳐 들어왔다. 젊은 죽음이니 더욱 안타깝다. 기쁨과 사랑을 함께 주고 받았던 가까운 이들에게 큰 슬픔과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겹쳐진 영상에 담긴 시를 다시 찾아 읽고는 번역하여 여기에 옮긴다. 망자에게는 평화의 안식을, 슬퍼하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장례식 블루스

W.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선도 끊어 버려라.

개에게도 뼈다귀를 던져 주어 짖지 않도록 하여라.

피아노를 멈추고 드럼도 덮어라

관을 내 놓고, 슬퍼하는 이들을 들여라.

비행기들이 머리 위를 신음하듯 돌게 하여

하늘에 부고를 쓰게 하라. 그가 죽었다고.

비둘기들의 하얀 목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교통 경관들은 검은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 나의 서쪽이었느니,

내가 일하는 나날과 나의 일요일 휴식,

나의 한낮, 나의 한밤, 나의 말, 나의 노래였느니,

사랑이 영원할 줄 생각했으나, 내가 틀렸네.

별들도 지금은 바라지 않나니, 모두 치워 버려라

달을 가리고, 해도 없애 버려라

바다를 쏟아버리고, 숲을 밀어 버려라.

이제 그 어떤 것도 덕이 될 수 없느니.

W. H. Auden, “Funeral Blues” (1937/1940) 부분
번역: 주낙현 신부

시: 제8의 성사

Saturday, April 10th, 2010

제8의 성사 *

매리 케넌 허버트

무릎 꿇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유향 내음을 맡는다

때로 스테인드 글래스 창문을 바라보며
궁금해 한다. 만약에

천사들이 나를 응시하며
내 신앙심을 헤아려 보고 있다면

공동 기도서**를 집어
무심하게 몇 장을 넘긴다

또 한번
죄스럽게도 축복을 바라며

십자성호를 그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검은 옷에 예복을 입은 그 남자는 알까
내 지루한 발 하나는 안쪽에

다른 하나는 바깥에
그 문 사이에 걸쳐 있는 것을

스스로 용서하려 애쓰며
나는 이 시를 조심스럽게 접는다

세 겹으로 고이 접어
봉투에 넣는다

조심스레 봉인하여
그렇듯 우표를 붙이고

* Mary Kennan Herbert, “The Eighth Sacrament” (1998)
** The Book of Common Prayer 성공회 공동 기도서 – 역자 주